수업내용/목표
1637년(인조 15) 음력 1월 30일 인조의 항복으로 종결된 병자호란은, 해방 이후 한국사 분야에서 커다란 실정(失政)의 대표적 사례로서 정치적·외교적·군사적 교훈의 모색을 위해 연구되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병자호란이란 주제의 특성상, 관련연구는 특히 급변하는 동아시아 정세 속에서 대한민국 외교의 진로를 어떻게 설정한 것인가라는 현재적 과제의 해결책을 모색하는데 흔히 참조되기도 한다.
선행 연구에 의하여 전쟁 전후 대외관계의 실상과 전쟁의 추이에 대해서는 충실한 성과가 축적되었지만, 전쟁의 패인과 주화(主和)·척화(斥和) 논쟁에 대한 면밀한 분석이 수반되지 않았기 때문에 척화론자들을 포함한 당대인에 대한 전반적 오해를 불식하지는 못하였다.
이러한 오해는 패전의 원인 또는 책임론과 결부되어 ‘대명의리(對明義理)’란 사대주의적 가치에 매몰되어 국제 정세를 오판한 척화론자, 아무런 대비 없이 척화론에 사로잡혀 나라를 패망 직전에까지 몰고 간 무능한 인조대 집권세력이라는 통념적 이해를 존속시켰다.
병자호란의 어이없고 참담한 결과만 놓고 본다면 이러한 주장은 일면 타당한 것으로 보이지만, 이것은 전쟁을 수행한 당사자들이 지금의 우리와는 매우 다른 신념과 가치 체계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간과한 평가이다.
이와 같은 점을 고려해 볼 때 병자호란에 대한 적절한 이해를 위해서는 정치사, 외교사, 군사사, 사상사의 결합이 필연적으로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아울러, 전쟁을 수행한 당사자들의 신념과 가치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는 병자호란의 역사적 성격과 의미를 오늘날의 관점이 아닌 당대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본 강의는 이상과 같은 문제의식에서, 최근의 관련 연구를 종합·정리하면서 병자호란 이해의 새로운 시각과 전망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이러한 시도를 통해 그동안 다소 목적론적이고 결과론적으로 접근된 병자호란 이해의 방향을 수정해보고자 한다.
본 강의의 궁극적 목적은, 병자호란을 정치·외교·군사적 실패의 반면교사로서만 이해하는 관점에서 벗어나 당대 조선인을 그들 내부의 시선에서 좀더 정밀하게 이해하는 하나의 창(窓)으로서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다.